본문 바로가기
독특한장례문화

일본의 신체를 남기지 않는 ‘수장(水葬) 문화`의 전통과 현대의 변화

by 긍정이희망이 2025. 3. 6.

일본은 오래전부터 독특한 장례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수장(水葬)’은 바다와 강이 많은 일본의 지리적 특성과 깊이 연관된 장례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장례라고 하면 화장(火葬)이나 매장(土葬)을 떠올리지만, 일본에서는 특정 시대와 지역에서 시신을 물에 떠내려 보내는 수장이 실행되었다. 특히, 사후 세계와 자연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의 신토(神道)적 세계관이 이러한 관습에 영향을 주었다. 현대 일본에서는 화장이 보편화되었지만, 역사적으로 수장은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서 시행되었으며, 일부는 종교적 이유로 현재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해양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어부 공동체에서는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수장을 선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수장이 시행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을까? 그리고 현대 일본에서 이러한 문화는 어떻게 변모해 왔을까? 본 글에서는 일본의 전통적인 수장 문화와 그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현대적 변화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다.

일본의 수장문화

 

1. 일본에서 수장이 이루어진 역사적 배경

 

1) 신토적 세계관과 수장 문화

일본의 전통적인 신앙 체계인 신토(神道)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신토에서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간주하며, 죽은 후에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러한 사상은 특히 물을 신성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과 맞물려, 물을 통한 장례 방식인 수장을 정당화하는 배경이 되었다.

고대 일본에서는 왕족이나 귀족, 승려들 중 일부가 특별한 의식을 통해 강이나 바다에 유해를 보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전란이 끊이지 않던 전국시대(16세기)에는 전장에서 사망한 병사들이 강에 유기되거나, 수장되는 경우도 많았다.

2) 특정 계층에서의 수장 관습

일본에서는 특정 계층에서 수장이 자주 행해졌다. 예를 들어, 불교 승려들 중 일부는 죽은 후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장을 선택했다. 또한, 바닷가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어부 공동체에서는 죽은 후에도 바다와 함께하기 위해 수장을 선호하기도 했다. 에도 시대(1603~1868년)에는 범죄자나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시신을 별다른 장례 절차 없이 강에 떠내려 보내는 일이 있었다. 이것은 당시 사회적 차별과 관련이 깊으며, 수장이 반드시 존엄한 의식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2. 일본 수장의 방식

1) 강과 바다를 이용한 수장

일본에서 수장은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강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시신을 직접 물에 띄워 흘려보내는 방법이었다. 이때, 시신이 하류로 떠내려가면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도록 두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는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시신을 배에 실어 먼바다로 나간 후 물속에 가라앉히는 형태였다. 이 경우 무게를 추가하여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했다. 어부 공동체에서는 이 방법이 특히 선호되었는데, 이는 죽은 자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 후손들에게 풍요로운 어획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2) 불교 의식과의 결합

불교가 일본에 전래된 후, 수장은 불교 의식과 결합되기도 했다. 일부 불교 승려들은 죽은 후 강물에 몸을 맡김으로써 해탈을 이루는 것으로 여겼다. 특히, 불교의 정토신앙(淨土信仰)에서는 서방 극락정토로 가기 위해 물을 통한 정화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에 따라 물과 관련된 장례가 수행되었다.

 

3. 현대 일본에서의 변화

1) 법률과 환경적 이유로 인한 금지

일본은 현재 대부분 화장(火葬) 방식의 장례를 따른다. 이는 법적으로 수장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이후, 위생과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장은 점차 사라졌다. 현대 일본의 법률상 시신을 강이나 바다에 유기하는 것은 불법이며, 위반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2) 해양 산골(海洋散骨)의 대두

전통적인 수장은 사라졌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해양 산골(海洋散骨, 해양에 유골을 뿌리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수장의 개념과 비슷하지만, 직접 시신을 물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화장 후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방식이다. 특히, 자연 친화적인 장례를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방식이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문적으로 해양 산골을 진행하는 업체들이 있으며, 유족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직접 유골을 뿌리는 의식을 치를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인 신토적 관념과도 연결되어, 일본인들에게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론

일본의 수장 문화는 신토적 세계관, 불교적 영향, 그리고 지리적 특성이 결합된 독특한 장례 방식이었다. 과거에는 특정 계층에서 자연과 합일하는 의미로 수장을 선택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사회적 차별로 인해 수장이 강요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법적, 환경적 이유로 인해 전통적인 수장은 사라지고, 대신 해양 산골과 같은 대체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장례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며, 자연 친화적이고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장은 사라졌지만, 바다와 강을 신성하게 여기는 일본인의 정신은 여전히 현대적인 장례 방식 속에 남아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일본의 장례 문화는 앞으로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