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특한장례문화

죽음과 삶을 함께 축하하는 전통 축제 멕시코의 망자의 날 (Día de Muertos)

by 긍정이희망이 2025. 3. 7.

죽음을 애도하지 않고 축하하는 멕시코의 독특한 문화

세상의 많은 문화권에서 ‘죽음’은 두려움과 슬픔을 동반하는 주제다. 가족이나 친구를 잃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를 애도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묵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멕시코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바로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이라는 전통 축제를 통해서다. 망자의 날은 단순히 고인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이 다시 한번 살아 있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맞이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 축제에서는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이들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추억한다. 유네스코(UNESCO) 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이 축제는 멕시코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망자의 날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이어지며, 사람들은 전통적인 제단을 꾸미고,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며, 거리에서 퍼레이드와 춤을 즐긴다. 영화 코코(Coco)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진 이 축제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멕시코인들의 문화와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럼, 이 독특한 축제의 기원과 전통, 그리고 오늘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1. 망자의 날의 기원과 역사

망자의 날의 뿌리는 스페인 식민지 이전, 즉 아즈텍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즈텍인들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여정으로 여겼으며, 죽은 자들의 영혼이 일정한 주기에 따라 다시 이승을 방문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신앙은 오늘날 망자의 날의 주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멕시코에 도착한 이후, 가톨릭 전통과 아즈텍 문화가 융합되면서 현재의 망자의 날이 형성되었다. 가톨릭에서는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 Day)’, 11월 2일을 ‘모든 영혼의 날(All Souls’ Day)’로 기념하는데, 이와 아즈텍의 전통이 결합하여 지금과 같은 형태의 망자의 날이 만들어졌다.

 

2. 망자의 날의 주요 상징과 전통

망자의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상징과 전통이다. 이 축제를 더욱 화려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들을 살펴보자.

(1) 오프렌다(Ofrenda): 죽은 자를 위한 제단

망자의 날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오 프렌다’라 불리는 제단을 만든다. 이 제단은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구들을 기리기 위한 공간으로, 꽃, 촛불, 사진, 그리고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물건들로 장식된다. 오 프렌다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영혼들이 이승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2) 마리골드 꽃(Cempasúchil): 영혼을 인도하는 꽃

망자의 날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은 ‘센 파수 칠(Cempasúchil)’이라는 노란색 또는 주황색 마리골드 꽃이다. 이 꽃은 강렬한 색과 향을 가지고 있어, 망자의 영혼이 이승으로 돌아오는 길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진다.

(3) 해골과 해골 사탕(Calaveras de Azúcar)

망자의 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해골이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죽음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려는 멕시코인들의 태도를 반영한다. 설탕과 초콜릿으로 만든 ‘칼라베라스 데 아수카르(Calaveras de Azúcar, 설탕 해골)’는 축제 기간 동안 인기 있는 간식이며, 해골 모양의 가면을 쓰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4) 빵 데 무에르토(Pan de Muerto): 망자의 빵

망자의 날에 먹는 특별한 빵으로 ‘빵 데 무에르토(Pan de Muerto)’가 있다. 이 빵은 버터와 계피, 설탕이 들어간 달콤한 빵으로, 빵 위에 해골이나 뼈 모양의 장식이 얹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3. 망자의 날 축제의 현대적 변화

오늘날 망자의 날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되었다. 과거에는 가족 중심의 조용한 행사였지만, 이제는 대규모 퍼레이드와 공연이 펼쳐지는 화려한 축제로 발전했다.

(1) 멕시코시티의 대형 퍼레이드

과거에는 공식적인 퍼레이드가 없었지만, 2015년 개봉한 영화 007 스펙터(Spectre)에서 망자의 날 퍼레이드 장면이 등장한 이후, 실제로 멕시코시티에서 대규모 행진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매년 10월 말이 되면 거대한 해골 조형물과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도심을 가득 메운다.

(2) 디즈니 영화 코코(Coco)의 영향

2017년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Coco)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망자의 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 영화는 멕시코 전통을 충실하게 반영하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아내어, 많은 사람들이 망자의 날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3) 글로벌 축제로의 확장

현재는 미국, 스페인,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망자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특히 미국의 멕시코계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대규모 퍼레이드가 개최되며, 할리우드와 뉴욕에서도 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삶과 죽음을 모두 축하하는 멕시코의 지혜

망자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멕시코인들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는 특별한 축제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순간으로 여기는 이들의 태도는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준다.

오늘날 망자의 날은 전통적인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직접 멕시코를 방문해 이 축제의 열기를 몸소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멕시코의 망자의 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기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