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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장례문화

인도네시아 토라자족의 ‘마네네’ 죽은 가족과 함께 사는 신비로운 풍습

by 긍정이희망이 2025. 3. 6.

죽음이 끝이 아닌 토라자족의 특별한 문화

죽음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삶의 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는 이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부족들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토라자족(Toraja) 은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닌 삶의 연장으로 여기며, 죽은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풍습을 가지고 있다. 토라자족은 사후 세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죽은 이가 완전히 저승으로 떠나기 전까지는 가족의 일원으로 계속 머문다 고 믿는다. 그들의 전통 장례 풍습 중 가장 신비롭고 독특한 의식이 바로 ‘마네네(Ma’nene)’이다. 마네네는 단순한 제사가 아니라, 죽은 가족의 시신을 다시 꺼내어 씻기고, 새 옷을 입히며,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대하는 의식이다.

이러한 전통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으며, 현재까지도 일부 토라자족 공동체에서 지속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마네네 풍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토라자족의 마네네 풍습

 

 

 

1. 토라자족과 그들의 독특한 장례 문화

1) 토라자족은 누구인가?

토라자족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섬의 산악 지역에 거주하는 부족으로, 영혼과 조상 숭배를 기반으로 한 전통 신앙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이들은 집을 지을 때부터 사후 세계를 고려할 정도로 죽음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모호하게 바라본다. 토라자족의 장례식은 일반적인 장례와는 다르다. 죽음은 즉시 이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따라서 가족들은 죽은 자를 ‘완전히 떠난 존재’가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2)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

토라자족에게 죽음이란 단순히 육체가 멈추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죽더라도, 그들의 영혼은 여전히 가족 곁에 머물며 살아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죽은 이를 바로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대신, 오랫동안 집에 모셔 두고 함께 생활하는 것 이 토라자족의 전통이다. 이러한 믿음에서 비롯된 풍습이 바로 ‘마네네’이며, 이 의식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중요한 문화적 요소 다.

 

2. 마네네 의식: 죽은 가족과 다시 만나는 순간

1) 마네네 의식이란?

마네네는 3년에서 5년 주기로 열리는 특별한 의식으로, 토라자족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묘지에서 시신을 꺼내어 다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시신은 깨끗이 씻겨지고, 새로운 옷을 입히며,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마네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죽은 자는 단순한 유골이 아니라 여전히 가족의 일원으로 존중받으며 대우받는다. 가족들은 죽은 이와 대화를 나누고,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한다.

2) 마네네의 진행 과정

(1) 묘지에서 시신 꺼내기

마네네가 시작되면, 가족들은 조상의 묘를 열고 시신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이때 마을의 장로들이 의식을 주관하며, 영혼이 가족을 축복하도록 기원하는 전통적인 기도를 올린다.

(2) 시신을 깨끗이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기

꺼낸 시신은 물과 향료를 이용해 정성껏 씻긴 후, 새로운 전통 의상으로 갈아입힌다. 특히 급스러운 천이나 화려한 옷을 입히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가족이 죽은 이를 여전히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3)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

마네네 기간 동안, 죽은 가족은 마을을 돌아보거나 가족사진을 찍으며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일부 마을에서는 시신을 의자에 앉혀 식사 자리에 함께 두기도 한다.

(4) 다시 안치하기

마네네 의식이 끝나면, 시신은 다시 묘지로 옮겨져 보관된다. 이때 가족들은 죽은 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3. 마네네 풍습이 가지는 의미

1) 죽음을 받아들이는 색다른 방식

마네네 의식은 단순한 장례 의식이 아니라, 죽은 자와 다시 만나는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슬픔보다는 기쁨과 감사가 가득한 행사이며, 가족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순간이 된다.

2) 조상 숭배와 영혼과의 연결

토라자족에게 조상은 단순한 과거의 존재가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이다. 마네네는 단순한 풍습이 아니라 조상과 후손을 연결하는 영적인 의식인 것이다.

3) 가족애의 상징

토라자족은 죽은 가족도 여전히 사랑받고 돌봐야 한다고 믿는다. 마네네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4. 현대 사회에서의 마네네 풍습

1) 변화하는 토라자족의 문화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서구적인 장례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마네네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토라자족 공동체에서는 여전히 마네네가 중요한 의식으로 남아 있다.

2) 관광 산업과의 연결

마네네 풍습이 점차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이 행사를 보기 위해 토라자족 마을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문화가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전통

토라자족의 마네네 의식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색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는 죽음을 두려움과 이별의 순간으로 여기지만, 토라자족에게 죽음은 여전히 삶의 일부 다. 이러한 신비로운 의식은 단순한 장례문화가 아니라, 가족애와 조상 숭배, 그리고 삶과 죽음의 철학을 담고 있는 독특한 문화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마네네가 지닌 사랑과 존경의 의미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