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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장례문화

몽골의 ‘초원 장례’ 자연으로 돌아가는 유목민의 방식

by 긍정이희망이 2025. 3. 8.

 

죽음은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며, 각 문화권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를 받아들인다.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 화장이나 매장과 같은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몽골의 전통적인 유목민 문화에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장례 방식이 존재한다. 바로 ‘초원 장례’이다. 몽골은 광활한 초원과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유목 생활을 이어온 민족이다. 이들은 생명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죽음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몽골의 전통적인 초원 장례는 자연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면서도 삶과 죽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독특한 철학을 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몽골의 초원 장례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그 철학적 의미와 현대적 변화는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장례 방식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몽골 유목민들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초원 장례란 무엇인가?

 

초원 장례는 몽골 유목민들이 전통적으로 행해온 자연 친화적인 장례 방식으로, 시신을 땅에 묻거나 불에 태우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자연에 맡기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시신을 특정 장소에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야생 동물이나 자연에 의해 소멸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유해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며, 이는 유목민들이 가진 생명 순환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몽골의 전통 신앙인 샤머니즘과 불교의 영향으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계속 순환하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시신을 자연에 맡기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이거나 실용적인 선택이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철학적 태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2. 초원 장례의 절차

1) 시신의 처리 방식

초원 장례에서는 일반적으로 시신을 방부 처리하거나 특별한 장식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한다. 유족들은 고인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시신을 깨끗이 씻긴 뒤 천으로 감싸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나무판자나 동물 가죽으로 시신을 덮기도 했다.

2) 장소 선택

초원 장례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신중하게 선택된다. 몽골 유목민들은 특정한 성스러운 장소를 정하거나, 외진 곳의 초원이나 산속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의 흔적을 최소화하고, 자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3) 자연에 맡기기

유족들은 시신을 준비한 후, 초원에 조용히 놓아둔다. 이후에는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 자연이 맡게 한다. 몽골에서는 이를 통해 영혼이 자유롭게 자연과 하나가 된다고 믿는다.

야생 동물, 특히 독수리나 늑대와 같은 청소 동물들이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도 초원 장례의 중요한 부분이다. 몽골에서는 독수리가 시신을 먹으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으며, 이는 티베트의 ‘조장(鳥葬, Sky Burial)’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4) 애도 방식

몽골의 전통적인 장례식에서는 서양이나 동양과 달리 큰 소리로 울거나 통곡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 오히려 조용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유족들은 일정 기간 동안 고인을 기리는 시간을 가진다.

 

3. 초원 장례가 반영하는 철학

1) 자연 순환 사상

몽골 유목민들은 자연과 인간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초원 장례는 이러한 자연 순환 사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화적 요소 중 하나다. 생전에 초원에서 생활하며 자연의 혜택을 받은 유목민들은 죽음 후에도 자연에 자신의 몸을 돌려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여긴다. 이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도 연결되며,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2) 영혼의 자유로운 이동

몽골 불교와 샤머니즘에서는 인간의 영혼이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순환하며,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무덤을 만들거나 시신을 보관하는 것은 영혼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초원 장례에서는 영혼이 육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한다. 특히 독수리가 시신을 먹고 하늘로 날아가면, 영혼이 천상의 세계로 이동한다고 믿는 신앙도 존재한다.

 

4. 현대 몽골에서의 변화

초원 장례는 몽골의 전통적인 장례 방식이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몽골이 도시화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장례 문화도 변화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초원 장례를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몽골에서는 불교식 화장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매장 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수도 울란바토르와 같은 도시에서는 서구식 장례 절차를 따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시골 지역의 일부 유목민들은 전통적인 초원 장례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도 깊은 의미를 지닌다.

 

5. 결론

몽골의 초원 장례는 단순한 장례 절차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유목민의 삶의 방식이 반영된 독특한 문화다.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영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장례 방식은 자연 순환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비록 현대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만, 몽골의 초원 장례는 죽음을 대하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 환경 보호가 중요한 시대에 자연을 해치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몽골 유목민들은 죽음 앞에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선택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연 친화적인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