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원주민의 ‘해양 장례식' 바다로 떠나는 마지막 여정

 

하와이는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섬으로, 오랜 세월 동안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하와이 원주민들은 바다를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신성한 존재로 여기며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아왔다. 바다는 그들에게 생명의 근원이자 조상의 영혼이 깃든 곳이며, 삶과 죽음이 연결되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하와이 원주민들은 전통적으로 ‘해양 장례식’을 치렀다. 해양 장례식은 고인의 유해를 바다에 보내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게 하는 의식이다. 이 장례 방식은 단순히 시신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바다를 통해 조상과 다시 연결되고,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는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현대적인 장례 방식이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해양 장례식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하와이의 원주민 문화 속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 글에서는 하와이 원주민의 해양 장례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의미와 현대적 변화는 무엇인지 탐구해 보고자 한다.

 

1. 하와이 원주민과 바다의 관계

하와이 원주민, 즉 폴리네시아계 하와이 인들에게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하와이 신화에서는 바다가 생명의 시작점이며, 사람들은 바다를 통해 조상과 연결된다고 믿었다. 또한, 하와이 원주민들의 삶은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어업과 항해는 생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하와이의 전통적인 카누(와아, Wa’a)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신성한 배로 여겨졌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바다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죽은 이들이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신성한 장소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하와이 원주민들의 장례식에서도 바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해양 장례식은 고인의 영혼이 다시 바다와 하나가 되고, 조상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의식이었다.

 

2. 해양 장례식의 전통적인 절차

하와이 원주민의 해양 장례식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

1) 시신 준비

전통적으로 하와이 원주민들은 시신을 깨끗이 정화한 후, 천연 섬유(타파 천)로 감싸는 과정을 거쳤다. 타파 천은 무명(목화) 대신 나무껍질로 만든 천으로,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신성한 재료로 여겨졌다. 시신을 감쌀 때는 하와이의 신성한 식물인 티(ʻŌlena, Tī) 잎을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2) 추모 의식

장례식이 시작되면 유족과 친지들이 모여 고인을 기리는 의식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하와이 전통적인 찬송(멜레, Mele)이 불려지며, 하와이 원주민들의 종교적 신념을 반영한 기도문(올리, ʻOli)이 낭송된다. 이때, 가족들은 고인의 삶을 회상하며, 그의 영혼이 바다를 통해 조상들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한다. 경우에 따라 쿠쿠이(쿠쿠이나무 기름을 이용한 전통 등불)를 밝히거나, 꽃을 바다에 띄우는 의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3) 바다로의 여정

고인의 유해는 일반적으로 작은 배에 실려 바다로 나아간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바다를 죽음 이후의 새로운 여정을 위한 길이라 여겼기 때문에, 시신을 바다에 안치하는 과정은 단순한 유해 처리 방식이 아니라 신성한 의식으로 간주되었다. 과거에는 시신을 직접 바다에 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화장을 한 후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방식이 더 널리 퍼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닷속에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안치하기도 했으며, 이는 바다가 곧 무덤이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4) 조문객의 참여

해양 장례식은 단순한 개인적인 장례 의식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하는 행사였다. 유족과 친지들은 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시신이 바다와 하나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 바다에 꽃이나 잎사귀를 던지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3. 해양 장례식의 의미

하와이 원주민들의 해양 장례식은 단순한 장례 절차가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하와이 문화의 철학을 반영하는 의식이다.

1) 자연 순환 사상

하와이 원주민들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죽음 이후에도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해양 장례식은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 장례 방식으로, 시신을 바다로 돌려보냄으로써 생명의 순환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2) 조상과의 연결

하와이 신화에서는 죽은 자들이 바다를 통해 조상들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따라서 해양 장례식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영적 여정의 시작을 의미했다.

3) 공동체 중심의 의식

하와이 원주민 사회에서는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결속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해양 장례식은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의식이었으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유대감이 더욱 강화되었다.

 

4. 현대 하와이에서의 변화

현대 하와이에서는 전통적인 해양 장례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법적인 규제와 환경 보호 문제로 인해 원래의 방식대로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장 후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방식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하와이 전통 의식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해양 장례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친환경 장례 방식이 주목받으면서 해양 장례식이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으며, 하와이 원주민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5. 결론

하와이 원주민들의 해양 장례식은 단순한 장례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의 철학이 담긴 의식이었다. 바다를 신성한 존재로 여기고, 죽음 이후에도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는 믿음은 하와이 문화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는 해양 장례식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환경 보호와 자연 친화적인 장례 방식이 주목받으면서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다. 하와이 원주민들의 해양 장례식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문화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